하늘에서 쏟아지는 공짜 영양제 햇빛 건강학 ①
■햇빛의 비타민D가 가져다주는 ‘건강 기적’
■구루병, 각종 암, 치매, 심장질환, 우울증 치료 도움
■4~11월, 오전 10시~오후 3시, 하루 15분, 팔·다리 노출
건강을 유지·증진시켜줄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에도 효과 있는 영양제가 하늘에서 쏟아진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바로 ‘햇빛’이 천연 영양제이자 건강을 지켜주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년 전부터 과학자와 의사들은 ‘햇빛’이 주는 이로움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했다. 그러면서 등장한 대표적인 물질이 ‘비타민D’이다. 이후 세로토닌 활성화와 청색광선 등이 발견됐다.
그런데 햇빛이 건강에 좋다는 건 알겠지만 어떻게 햇빛을 쐐야 하는지, 햇빛이면 다 좋은지, 혹여나 햇빛을 과하게 쐐서 생기는 문제는 없는지 명확치 않다. 햇빛을 쐬라고만 하니, 그 이후에 따라올 피부질환이 걱정된다는 이들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근깨나 기미 걱정하느라 햇빛을 멀리하면, 피부건강은 얻을지 몰라도 다른 질병이 생길 수 있다”며 “현대 사회에서 생기는 질병 대부분이 건물 속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면서 생겼다”고 말한다.
햇빛은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광선이다. 햇빛은 파장 길이에 따라 가시광선과 적외선, 자외선으로 나뉜다.
가시광선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광선이다. 파장 범위는 380~780nm이다. 물체에 닿아 반사하는 광선이 인간의 눈에 색채로 인식된다. 무지개의 빨주노초파남보를 생각하면 된다.
적외선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광선이다. 파장의 범위는 0.7㎛~1mm이다.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에 비해 강한 열작용을 가지는 것 때문에 열선이라고도 한다.
자외선 짧은 파장을 가지는 빛이다. 자외선은 UVC(100~280nm), UVB(280~320nm), UVA(320~400nm)로 분류된다.
PART 1 햇빛, 건강에 어떻게 좋을까
스위스 출신의 의사이자 자연치료사인 아놀드 리클리는 햇빛을 질병 치료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는 “물의 효과는 대단히 좋고 공기는 한층 더 좋을 수 있으나, 그중 햇빛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햇빛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건 ▲신진대사 촉진 ▲혈관 확장 ▲혈류 증가 ▲백혈구 활성화 ▲상처 치료 ▲통증 완화 ▲살균 효과 ▲비타민D 형성 ▲세로토닌 분비 활성화 ▲면역력 강화 등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오래전부터 햇빛 좋은 날 침구류를 내다놓은 건, 그만큼 햇빛에 살균작용이 크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며 “건선이나 습진 같은 피부 질환도 햇빛을 쐬게끔 해서 치료했다”고 말했다.
1. 햇빛, 뇌 신경세포 활성화
햇빛이 건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비타민D 형성과 세로토닌 분비 활성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거나 슬플 때 햇빛을 쐬라고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햇빛을 쐴 때 뇌신경세포 속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 생산이 촉진돼서다. 세로토닌은 암세포를 죽이는 특수한 T-임파구와 즐거운 감정을 만드는 호르몬인 엔돌핀을 만들어낸다. 우울증은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는 현상인데, 햇빛은 세로토닌 생성에 가장 필요한 조건이다.
2. 뼈건강은 물론 심혈관질환, 암 예방에도 도움
햇빛이 ‘비타민D’를 만든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비타민D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서 햇빛을 통해 합성하거나, 일부 식품이나 보충제로 채워야 한다. 비타민D는 칼슘과 함께 우리 몸의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호르몬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비타민D가 심혈관질환, 몸의 면역상태, 암 발생과 관련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3. 햇빛 속 청색광선, 면역력 증가
가장 최근 나온 연구에 따르면, 햇빛 속 ‘청색광선’이 인체 면역기능에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부속병원 제라드 아헌 교수팀은 “햇빛은 비타민D 생성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직접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햇빛 속의 청색광선이 인체의 면역기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청색광선은 피부의 가장 바깥면인 표피를 지나 진피까지 도달하는데, 진피 속 T세포는 몸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면역력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4. 구루병 원인 밝히면서 햇빛 건강학 대두
그전까지 많은 의사나 연구자들은 햇빛의 중요성에 대해 단순히 ‘열(온기)’ 측면에서만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1820년 폴란드의 의사 옌제이 시니아데츠키가 시골에 사는 아이들과 도시에 사는 아이들 사이의 ‘구루병(다리와 등이 휘는 질환)’ 유병률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이 ‘햇빛 노출’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주장은 터부시됐다. 햇빛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21년 뉴욕의 의사 헤세와 언거가 구루병에 걸린 8명의 아동을 병원 옥상에서 햇빛을 쐬도록 했는데, 아이들의 상태가 엑스레이로 확연히 좋아짐을 확인했다. 그때부터 햇빛이 구루병 치료·예방에 효과 있음이 알려졌다.
비타민D정보센터 전의혁 소장은 “1930년대에 간에서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피부의 물질이 햇빛을 받아 비타민D가 만들어지고 비타민D 부족이 구루병을 유발한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후 비타민D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햇빛은 어떻게 비타민D를 만드는가?
햇빛을 쐬면 우리 몸속에서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을 흡수하고 뼈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피부에는 ‘7-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라는 피부 세포가 있다. 이 세포는 햇빛 속 자외선(UVB)을 받으면 프리비타민 D3(비타민 D3의 전구체)라는 물질로 변한다. 프리비타민D3의 절반이 1~2시간 지나면 비타민D3로 변한다. 이런 비타민D3가 간(肝)으로 가서 ‘25-(OH)비타민D’ 형태로 바뀌어 체내 저장되고, 다시 25-(OH)비타민D는 콩팥(신장)으로 가서 비타민D의 활성 형태(1,25-(OH)비타민D)로 바뀐다. 바로 이 활성 형태가 된 비타민D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우리나라 국민 93% 햇빛 부족 상태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햇빛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체내 햇빛 부족 여부는 피검사를 통해 비타민D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93%가 혈중 비타민D 부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와 공부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외선차단제를 과하게 바르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병원에서 비타민D 결핍을 진단·진료받는 환자수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10~2014) 비타민D 결핍으로 진료받은 환자수를 조사한 결과, 2010년 약 3000명에서 2014년 약 3만100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해 연평균 증가율이 77.9%로 나타났다.
실내 생활 늘고, 햇빛 과하게 피하기 때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김경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타민D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며 “나라 정서상 햇빛 노출을 꺼릴 뿐만 아니라 비타민D가 풍부한 유제품도 잘 먹지 않으면서 늘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습관 때문이다”고 말했다.
PART 2 햇빛, 얼마나 어떻게 쐬어야 할까?
햇빛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공짜 영양제다. 그럼 햇빛을 어떻게 쐬야 할까. 전문가들은 피부 유형에 따라 햇빛 노출 시간과 노출 부위 등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비타민D가 만들어지는 햇빛은 270~300nm 파장을 지닌 UVB(자외선B)이다. UVB는 태양에서 우리 신체까지 도달하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많이 흡수되므로 위도가 적도에 가까울수록 증가한다.
건강에 도움되는 햇빛은 파장 짧은 자외선B
우리나라 경우 여름철이 적도에 가장 가까워질 때이고, 반대로 겨울철은 멀어진다. 사실 겨울철에는 UVB(자외선B)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UVB가 많은 시기는 4~11월이다. 또한 UVB는 창문에 반사되며,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은 날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창문에 앉아서 햇빛을 쐬거나 겨울철엔 UVB를 합성할 기회가 적다.
우리나라에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가 적당한 햇빛
위도가 35~38도 사이인 우리나라에서 비타민D를 많이 합성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다. 그중에서도 낮 12시가 가장 많은 자외선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때 본인의 피부 상태를 잘 알아야 한다. 비타민D 전문가 마이클 홀릭 박사는 햇빛에 피부색이 분홍 색깔로 변할 때까지의 시간을 확인해서 햇빛을 쐬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햇빛 아래에 1시간 동안 서 있었는데 팔 부위 피부색이 분홍색으로 변했다면, 그 시간을 반으로 나눈 시간 즉 30분이 비타민D 합성에 가장 적당한 ‘노출 안전 시간’이다. 노출 안전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며 6가지 피부형에 따라 나뉜다. 1형에 해당되는 창백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햇빛에 10분만 노출돼도 피부색이 분홍색으로 바뀐다. 반면 6형은 피부가 분홍색으로 바뀌는 데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어느 부위를 얼마나 노출시킬까
그럼 피부의 어느 부위를 노출시켜야 할까. 마이클 홀릭 박사는 전체 피부를 나누는 ‘9의 법칙’을 만들었는데, 신체의 전체 체표 면적을 백분율로 계산했다. 9의 법칙에 따르면 햇빛을 잘 받기 위해선 팔과 다리의 절반 정도(신체의 약 25%에 해당)를 노출시키는 게 가장 적당하다.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햇빛을 쐬는 방법은 팔·다리를 내놓고 일주일에 2~3회, 10~20분씩 한낮에 햇볕을 쐬는거다(얼굴은 9의 법칙에 따르면 9%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추천하지 않는다). 자외선 지수로 계산하면 자외선 지수가 5~7일 때 팔과 다리를 10~20분 노출하면 된다. 자외선 지수 5~7은 햇빛이 쨍하게 비치는 날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평균적인 것으로 본인의 피부 유형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 자외선 지수는 기상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햇빛을 받으면 대략 800~1500IU의 비타민D가 체내에 합성된다. 2010년 한국영양학회에서 지정한 비타민D 하루 권장량은 성인 400IU, 영유아 및 소아는 200IU이다.
햇빛 합성할 땐 자외선차단제 바르지 말아야
햇빛을 제대로 받기 위해선 자외선차단제는 바르지 않는 것이 좋지만, 만약 바를 땐 차단지수 SPF 10~15 이하로 선택해서 바른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15 이상인 차단제는 자외선을 98%까지 막는 효과가 있어 비타민D 합성을 방해한다. 단, 햇빛 합성을 한 이후에는 피부에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15~30인 제품을 발라서 과다 노출을 방지하고, 피부 주름과 잡티 등을 예방한다.
일주일에 한 번 일광욕도 도움
그런데 매일 햇빛을 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하루 10분 일광욕 습관》의 저자 우쓰노미야 미쓰아키 박사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30분 이상 실외에서 일광욕을 하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 30분 일광욕은 최소한의 일광욕 시간이다. 일광욕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도 4~11월이다. 이 시기에 충분히 비타민D를 축적해두면 체지방에 비타민D가 저장돼 있다가 겨울에 분비되기 때문에 겨울까지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1/20170331021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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